탁승관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아무 의미 없이 지나칠 골목길 사이에 피어난 들꽃들과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나무가 떨어트리는 낙엽들...
나그네에겐 들꽃도 낙엽도 가슴속에 고이고이 묻어두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고, 그리움입니다.
자연과 교감하고 소통한 경험을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표현하고, 사진으로 담아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사합니다.
골목길 여름은 / 지나가는 자동차로 / 토해내는 더위로 일렁거린다 // 들 창가 너머에 / 연초록에 잎새들이 / 무더운 여름 바람에 지친듯 // 카페 앞 화단으로 / 더운 열기에 헐떡이는 / 화초와 수국들이 힘겨워하네 // 시원한 카페엔 / 향기로운 커피 향기와 / 달콤한 빵 내음이 공존하고 // 잔잔히 들려오는 / 감미로운 음악 소리로 / 여름날의 휴식 시간을 달래며<골목길> 中
느티나무 그늘 아래 / 기대어 앉은 벤치에 있노라면 / 매미 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옵니다 // 오호라, / 이것이 우리에게 / 자연이 배려해 만들어준 /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인 향기로다 // 이 또한, / 이렇게 보편적으로 /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이 / 또 다른 단편적인 삶의 방식인 것도 // 한 구비 넘어가는 / 새로운 시간의 너비를 / 새삼 다시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도<기다림> 中
가을 향기 가득한 / 단풍잎 물든 산자락엔 / 뽀얀 물기 먹은 안개가 내리고 // 한잎 두잎 떨어지는 / 예쁘고 고운 낙엽들이 / 하나둘 낙엽 위에 포개져 쌓이는데 // 산자락 숲길을 따라 / 숨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 자박자박 걸어가던 가을바람도 // 산 능선으로 즐비한 / 떡갈나무, 갈참나무 아래 /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쉬어가리니<억새풀> 中
맑고 푸른 창공으로 / 쩡~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 추운 겨울은 이 세상에 다가와 앉습니다 // 창밖 나뭇가지에 앉은 / 어제 내린 눈이 바람에 밀려 / 하얀 모습으로 눈보라치는 겨울입니다 // 겨울을 알려주는 / 소리와 모습을 바라보면서 / 움츠러드는 내면에 마음 다독입니다 // 엷디엷은 햇살이 / 겨울 하늘 속에서 뒷걸음치며 / 다가와 슬쩍 차디찬 가슴을 녹여주고<겨울 향기> 中
깊어져 가는 시골길에 /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 홀로 고독하게 걸어가는 나그네 // 아무도 걷지 않은 / 하얗게 눈 내린 산책길은 / 어둠 속에 내리는 무한한 정적 감 // 외로움이 담긴 눈길 / 다시 그 길을 되돌아보며 / 지난 발자국이 사라지는 공허함 // 주변에 숲을 바라보면 / 하얗게 개화한 메밀꽂이 / 끝도 없이 펼쳐지며 피어나는 듯 // 눈 내리는 산중에서 / 벤치에 앉아 흰 눈 맞으면 / 겨울밤 홀로이 피어나는 들국화 // 겨울밤 산책길 사이 / 송골송골 하얀 겨울꽃들 / 고독한 시골 밤의 향기가 흐른다<겨울꽃> 中
프롤로그